조퇴 후 진통제와 멜라토닌을 섭취하고 쓰러져버린 두시간의 낮잠. 어두운 아홉시 쯔음 일어나 자정까지 제출해야하는 과제에 메달리다 다시 잠을 취하는 새벽 한 시 .. 잠은 올리없고 고통만 진해지는 밤. 진통제와 멜라토닌을 한 차례 더 섭취하고 약국에 내일 출근은 불가능이라는 음성메세지를 남긴다. 그렇게 누운 새벽. 어떡하지 답 없는 막막함에 아빠에게 연락 .. 바로 울리는 전화기, 침을 좀 놓아보고 따뜻한 휴식을 취하라는 아빠.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일 수 있으니 몇 일 쉬면 나을거라는 아빠. 눈물이나려는걸 걱정하실까 네라는 대답만 반복해 드린 후 끊은 통화. 엄마아빠가 너무 너무 보고싶고 그리워서 .. 마냥 눈물.

정신을 가다듬고 침을 좀 놓아봐야지 향하는 화장실. 침대에 붙은 허리를 일으켜 세우는 고통은 말 로 할 수 없이 괴롭다 .. 길게 한 숨을 쉬고 인상을 쓰며 반 동작씩 몸을 움직여, 벽이며 문고리며 부여잡고 도착한 화장실 .. 하나 뿐인 침으로 찔러보아도 성차게는 흐르지 않는 피 .. 많이라도 찌르면 나을까 수십번을 찔러본다. 조금씩 피어흐르는 방울들의 피 .. 기적 같이도 순간적으로 고통이 줄어들었다 .. 일생 잊지 못 할 기적의 순간처럼 절반이 되어버린 통증 .. 그렇게 믿음으로 허리를 백여번 더 찌르고 피를 닦고 향하는 침대 .. 돌아가는 길의 속도는 화장실을 향했던 속도보다 열배는 빨랐다.

잠 따위는 멀어, 휴대전화 게임과 뉴스들로 흘려보낸 수시간. 대여섯 시 쯤 화장실을 한 번 더 방문하고 자야겠다 싶어 다시 일으키는 나의 천근만근. 고통은 이전을 능가하고 화장실은 십만리 .. 어서 도착해 침을 수천방 놓아야지라는 생각에 기어 도착한 화장실. 불을 켜는 순간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어 문을타고 쓰러진 바닥 .. 그렇게 고통은 정신을 완전히 범하여 아무것도 보이지고 들리지도 않는다 .. 그렇게 정신을 잃고 앉아있기를 십여분 .. 이대로 죽는구나 싶은, 차라리 죽어야겠구나 싶은 순간들. 돌아온 정신은 시간은 흐리고 청각은 되려 과장되어 세상이 시끄럽다. 나의 몸이라기보다 고통이라고 칭하고 픈 이 덩어리를 세워 다시 침을 수백번 찌른다 .. 살 것 같다. 부엌을 향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지난 20시간동안 음식섭취가 없었구나를 깨달음. 수분 당분 염분 칼로리가 부족하여 약해진 나의 정신이 끊어졌구나 싶은 마음에 냉장고의 불고기를 꺼내 섭취 .. 도마위 생선의 휘적임같은 나의 몸부림 .. 

오 나의 허리. 근래 삐걱인다 싶더니와 한 순간 와르르. 이러한 고통이 인간에게 나에게 가능하구나를 경험. 일 따위가 무엇이라고 - 건강의 부재는 모든 것을 무의미케하는구나. 나는 무엇을 위해 신경의 신호를 무시했던가. 일, 학교, 사람관계, 보여지는 것들, 등 .. 이 순간 나는 그저 물 한 잔을 위해 부엌으로 걷고 싶을 뿐인데, 침대에서 일어 앉을 수 도 없는 통증 .. 평생 이리 누워 앉을 수 조차 없는 삶을 사는건가라는 막연한 두려움. 

그간 나는 얼마나 바빳는가, 글을 기록하는 일과도 멀어진지가 오래. 병원일과 약국일, 과제들과 집안 일. 나 자신과 우리와 모두를 위함이라는 목적으로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마무리. 그렇게 하루 이틀 한 주 두 주, 버티다 끊어져버린 나의 허리 .. 9시간 동안 쉼없이 짐스러운 약들을 들고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병원. 하루 11시간을 서있으며 약을 운반하고 환자들을 상대하는 약국. 두 곳 모두 높은 집중력과 조심성을 필요하는 만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피로 .. 남들은 감당하는 일이건만 나는 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쓰러지고 싶은지, 나의 생활에는 살림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는 - 이유가 이유같다가도 같잖아지는 정당화와 자책의 반복 .. 

이유는 불필요. 결과는 종일 누워 진통제와 수면제에 취해 비몽사몽해야하는 하루. 정신이 좀 들어 상태가 좀 나아 이것저것 건들이다보면 다시 울리는 고통의 괴성. 떨어 질 수 없는 나의 침대 .. 

엄마왈 욕심이 과한 것이라신다. 길기도한 이번 여름, 한국으로의 여행, 가족들과의 만남, 혼인, 제주와 발리, 새로운 직장, 약국에서의 인턴, 결혼생활의 시작, 배울 것 많은 살림, 다음 학기의 준비, 집 구경 .. 등 그 모두 즐겁고 배움 깊고 의미있는 일들이지만 너무 바빳다 바쁘다.. 제발 좀 쉬고싶다. 남들은 어떻건 나는 그냥 좀 쉬고싶다 ..


나 이 고통을 잊고 다시 무리라는 놈을 허락할까 .. 적어내리는 나의 기록, 한 숨. 나의 길고 짧은 백여년 - 아프지만말자 제발. 















Posted by water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