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일어나 동생을 깨우고 나는 수업을 향하고 동생은 봉사활동을 향한다.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들렸다가 시간을 보내고 다음 수업을 듣고 그렇게 이래저래 집에 돌아오니 오후 4시.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자니 동생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계단에 누워 나를 처다보던 강아지가 급히 아래층으로 달려내려간다. 개를 들고 동생이 걸어올라온다, 표정이 밝다. 예정된 1시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 아쉬워 로비에서 서성대었더니 직원께서 추가적으로 할 일을 주어 5시간의 봉사활동을 마쳤단다. 몰랐던 동생의 알차고 적극적인 모습에 뿌듯하고 반갑고 즐겁다. 된장을 끓이고 있는데 한 숟가락 먹더니 싱겁단다. 된장을 더 잔뜩 부어 넣는다. 누군가 동생을 위해 보내주신 국수를 볶고 있는데 맛이 없다. 카레가루를 넣자는 의견에 그러자며 녀석이 물과 카레가루를 잔뜩 부어 넣는다. 얼추 먹을만한 카레국수가 만들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일주일 동안 외면한 집안을 정리한다. 등산을 다녀온 세탁물들을 담는다. 동생에게 세탁기에 돌려달라니 세탁물을 들고 세탁기를 향한다. 세탁을 시작하고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겠다며 개에 줄을 걸어 나간다. 부엌과 방을 얼추 정리하고 있자니 녀석이 들어온다. 개가 많은 양의 대변을 보았다는 소식을 밝은 얼굴로 전한다. 구엽다. 설거지를 부탁한다. 녀석이 한다. 고맙다.
이것 저것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워 전화기를 가지고 논다. '하루 중 이제야 한 숨 돌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며 시간을 보니 1900시를 향한다. 잠이 온다. 잔다. 다 잤다, 일어난다. 닝기적 대다보니 과일을 얼음에 갈아먹고 싶다. 냉장고를 연다. 냉장고 내부 불이 켜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시원하지만 덜하다. uh oh. 과연인가싶어 차고에 두꺼비 집을 확인하러 간다. 두꺼비 집은 이상 무, 그래도 부엌 전기를 내렸다 올려본다. 냉장고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꺼져있는 냉장고. 냉동실을 열어보니 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며 평상시의 온도와 차이가 없다. 냉장실만 고장 난 것. 룸메이트에게 문자를 보낸다. 김치를 시원한 곳에 치우란다, 하하하. 그래 그 동안 미안했다. 지금까지 아무 말 없던 부분인데 싫기는 했을 것이다. 나도 신경을 쓴다고 했지만 역시나 완전히 차단 할 수 없는 김치스멜. 관리인에게 수리공을 보내달라는 이메일을 보낸다. 냉동실은 작동하는 관계로 얼음 큐브을 마구 뽑아 큰 그릇들에 담는다. 얼음들을 냉장실 곳곳에 배치한다. 음식들아 상하지 말아다오.. 이러저러다 냉동실이 작동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전구를 갈아보자. 2300시를 향하지만, 동생을 들고 가게를 향한다. 전구와 탄산수를 집어들고 집에 돌아온다. 전구를 간다. 불이 들어온다. 냉장실 기온이 평상시보다 시원치않게 느껴졌던 것은 순전한 환상 착각이었다, 하하하! 룸메이트에게 문자를 보내고 관리인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이렇게 냉장고는 이상 없음으로, 룸메이트의 김치에 대한 의견을 알게된 계기로 마무리.
일요일.
반복되는 실수만큼 지치는 것이 있을까. 정도를 지나 실수는 잘못이되고 죄가되고 상처가되고 곪고 썩어 언젠가는 치유되기만을 기다리지만 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나아지지 않는 .. 아프고 쓰리고 더럽고 싫고 괴롭지만 이미 늦은 것일까 싶고 부끄럽고 그것 때문에 다른 많은 것을 놓치는 지경까지 이르는. 많이 나았지만 아직 아프다. 하지만 이제드는 생각은 돌아 갈 수 없다는 생각, 포기 할 수 없다는 마음. 한 때는 너무 아프고 아파서 그냥 이렇게 평생 아파야하나보다, 아픔을 안고 살아야하나보다, 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에 비해면 근래의 나는 상당히 맑은 정신으로 지내지 싶다. 자신이 뿌듯하고 주위의 많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나아지나보다. 이렇게 치유되는 것이다.
몇 일 전 친구가 눈의 혈관이 터져 빠알간 핏줄기가 눈을 그었다. 어떤 압력이었길래 안구의 혈관이 터지는겐가. 나 또한 구토로 눈가의 핏줄이 터져 핏 자욱들이 오른 적이 있다. 여러 기억이 기억나면서 이제는 아프지 않을지라도 숨찼을 압력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하다. 앞으로는 아프지 않기를, 다시는 핏줄이 터지지 않기를 .. 어제는 친구가 깨진 유리에 베였다. 벌어진 살갗을 보니 나의 벌어졌던 살갗이 기억나며 그 쓰라렸던 기억이 마음을 절여 속이 앉지 못하고 오랫시간 잠들지 못하였다. 지금도 생각을하자니 미간이 올라가면서 속이 휑하고 얼마나 아플지 미안한 마음이 다 든다. 피부를 긋는 일은 한 순간이지만 살점이 아물기까지는 수 개월. 그 수 개월 안의 수십번의 샤워들과 설거지 손 씻기 들을 생각하면 혹시나 물이 닿을 그 순간의 아픔이 상상되면서 아프다. 아아 친구들이여 아프지 말아다오 나아다오, 안전하고 건강하오.
주기보다 20일 늦게 월경이 시작되었다. 이제라도 시작되어 참으로 다행이지 싶다. 삼개월씩 월경이 없이 지나기도한다. 유학생활이란 이런건가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사는 것이 이러한가보다, 결국은 괜찮다.
동생이 봉사 갈 시간인데 자고있다. 검지 손가락으로 팔목을 톡톡 두드려도 일어나지 않는다. 꾹꾹 눌러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손가락으로 손목을 잡고 들어올려 흔든다. 눈을 뜬다. 시간을 보여준다. 뒤척뒤척 껌벅껌벅 .. 20분이 지났는데도 자고있다. 다시 손가락으로 툭툭 흔들어본다. 눈을 뜬다 껌벅껌벅 .. 녀석을 깨우고 카페를 향한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몇가지 확인 및 정리하고 책을 잠시 보고, 오전에서 오후로 하루가 넘어왔다. 출출한 것이 동생 끝나는 시간에 점심이나 먹자 싶어 문자를 보내본다. 자느라 못 갔단다. 점심 먹기 싫단다. 녀석 하하. 흠 그래 그럴 수도 있지요.
친구에 대한 아쉬움. 내 앞에 보이는 그 사람의 모든 움직임이 불편하다. 보고싶지 않아 만나지 않는다. 사람이 달라졌겠는가, 변한 것은 나의 시선일 뿐이다. 사람이거늘, 사람인거늘, 나의 친구. 그 무엇이 그리 실망스럽고 아쉽더냐, 나에게 기운이고 사랑이었는데, 그 무엇이 그리 불편한지. 나의 마음이 좁아져버렸다. 숨 길게 쉬고 입가를 울려본다, 마음을 놓고 쉽게 편하게 생각하자.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무겁고 가벼운 것들이 모아져 중심을 찾으리라.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다, 그냥 한 웅덩이 펑펑 울었으면 좋겠네.
엄마와 오랜만에 목소리를 나눈다. 한 두어시간 말을 나눈다. 요즘은 이래요, 당신은 어때요, 그때는 그랬어요, 그때 당신은 그랬고 그때 상황은 그랬어요. 괜찮아요 모두 괜찮아요. 아팠죠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괜찮아요. 나도 그래요 .. 걱정하신다. 행여나 소홀하셨을까, 행여나 내가 아쉬웠을까. 소홀하셨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린 마음에 무의식 중에 아쉽기는 했나보다. 미안하다는 말씀에 눈물이 그렁그렁. 나의 나의 스물 셋. 언제 나의 나이가 이 만큼이나 커졌는지, 머리도 마음도 어느 정도 변하기는 했나보다. 아니라고 아프지 않다고 괜찮다고 믿었을텐데,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고 진심이었을텐데, 이제는 관심도 받고싶고 조금은 아팠어라고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에게 하지 못 한 이야기, 미안해서 상처되실까 몇 년 동안 꾹꾹 누르기만했던 이야기들, 나의 부족하고 한 없이 더럽고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이야기들. 무덤까지 가져갈거야 했던 이야기들, 이제는 언젠가는 엄마와 나눌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난 만큼, 머리도 마음도 변하기는 했나보다.
이렇게 미안하게 고맙게 사랑하며 괜찮으며, 나도 엄마도 함께 우리 모두의 하루가 흐른다.
엄마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괜찮아 잘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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