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공부. 새벽에 잠에서 깨어, 공부를하고, 점심을 먹고, 공부를하고 저녁을먹고, 정신을 차려보니 하루가 사라졌다. 도대체 이게 뭐야 - 말도 안되. 어이없이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해가 지는 모습에, 해에게 가지말라고, 붙잡던 순간의 기억은 있는데, 햇빛을 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보람없는 하루가 얼마나 실망적인지, 처음으로 느꼈다. 공부란 여유로이해야하는 것이거늘, 내일의 시험을 위해 긴박히 준비하려니 마음이 불편하고, 놀라운 능률은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 나의 시간계산에 오산이 있었던 것이기에, 자신외에는 탓 할 곳이 없을 지언정, 하고싶지 않다. 오늘 맛있는 야채 돈부리도 요리하고 싶었지만, 정신없는 하루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구토하였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하루를 돌아보자니 속상하다. 보람되고 예쁜 날들만 보낼 수는 없지만, 힘들어도 보람이 없는 하루는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정말이지 내 자신이 내가 아니다. 제발 오늘로 이 나 같지 않은 기이한 모습이 사라져,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이 중요한 듯 하다. 딱히 체계적인 준비의 계획이 아니더라도, 미리 마음을 쓰고, 실행하는 자세가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 것 같다. 지난 주말, 공연에 등산에 너무 즐거움에 빠져있어서, 그 이틀의 여파가 오늘까지 미친 것 같다.
PHEW -
왠만해서는, 아무데서나는 물론이고, 편안한 환경에서도, 이 말을 사용하지 않지만, 힘들다 - 힘들다 힘들어, 지친다. 그렇다고 어디에다 대고 '나 힘들어'라고 말 할 곳이 없다. 가족 - 걱정 끼칠 것 같다. 물론 나의 괜한 생각이다. 가족이란 어려움도 행복도 쌀 한 톨도 나누는 것이다, 친구도 마찬가지. 가족 친구에게 모두 얘기 할 수 있다. 가족은 친구보다 걱정을 조금 더 할 것이고, 친구와의 대화가 가족과의 것보다 조금 더 가볍게 지나 갈 것이다. 둘 다 바라지 않는다. 말이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위로의 말들, 물론 굉장한 효과가 있다. '그래, 내일은 나을 것이야'의 희망 기운 따위를 얻을 수 있다. 그치만 오늘은 사람도 싫다.
이번 주, 일요일의 약속은 취소되었지만, 목요일도 금요일도 약속이 잡혀있다. 어제까지만해도 그것들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고 들떠있었다. 친구들이 있어 즐겁다 행복하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늘 단 한 번도 '감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세 끼 이전에 모두 주님의 기도, 성모송, 식사 전 기도, 영광송을 외웠지만, 분명 기도문 중 감사의 문구가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몸도 정신도 만신창이 걸레가 되어버렸다. 내일을 기다리는 것 보면 마음에 희망따위는 아직 살아있는건지 -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괜찮을거라고 자위의 주문을 되뇌며, 깊게 들이쉬고 가장 바닥부터 끌어올려 뱉는다. 이렇게 황당하고 횡량한 하루가 어서 그저 끝나버리기만을 바란다. 2206시, 하루의 끝은 어디인지, 잠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말이다 - 가끔 사람들이 왜 수면제 따위의 약을 먹는 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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