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들을 오래 사용하며 그것들을 보다 이해 할 수 있음을 배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노트북, 신발. 오랜 시간동안 한 사물을 바라보고, 함께하고, 그것의 아픔들을 이해하고 고쳐주기 위하여 노력 할 때에, 새 물건들에게 느낄 수 없는 깊이가 생긴다.
자동차는 얼추 10년의 세월을 달렸다. 기계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 순간 죽는 경우보다 한 부분씩 아프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녀석이 아팠던 부분들이 있었다면 와이퍼, 브레이크 플루이드, 브레이크 패드, 타이밍 벨트, 쿨러, 배터리. 만약 녀석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부분들이 녀석 안에 있는지, 무얼하는 것들인지 인지 조차 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알려는 노력 또한 하지 않았으리라.
노트북은 얼추 3년의 세월을 살았다. 그 동안 나에게 무한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하였고, 상당량의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지난 3년간 영화관에서보다 이 녀석을 통해 본 영화가 훨씬 많으리라. 세상과 소통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였고, 먼 곳의 가족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 녀석을 켜지 않은 날은 손에 꼽힐 정도이고, 여행 중, 공항에서, 집, 학교, 카페, 많은 곳에서 나와 함께하였다. 컴퓨터와 주인의 관계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있고 각각의 세월 모두 다르다. 길게는 5년의 것이 있고, 짧게는 1년의 것이 있다. 어려서는 매일 같은 신발을 신었고, 발이 자라면 새로운 신발을 샀다. 이제는 각 신발의 특성과 용도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하루에도 몇 켤레의 신발을 신기도한다. 극장에 갈 때에 신는 신발, 학교, 산, 체육관 등, 장소에 따라 다른 신발들을 신는다. 이렇게 여러 신발들을 이용하며, 그것들의 편안함과 불편함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다음 신발을 살 때에 이를 참고한다.
이렇게 어떠한 것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특히나 그것들을 오랜시간 체험하며 느끼고 배우는 것들은, 경험 없이는 결코 느낄 수 없다. 비닐 봉투며, 종이컵, 나무 젓가락, 플라스틱 포크 등 일회용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심지어 핸드폰의 수명또한 1년을 평균한다. 제 수명을 체우고 떠다는 물건들은 극히 드믈며 그것을 이해하는 이들 또한 드믈다.
이에 연관지어 느끼는 점은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 너무나 쉽게 떠나버린 이들이 있다. 그들에 대한 이해는 가족과 오랜 친구와 같은 이해와 비교 할 수 없이 얕다. 이에대한 후회라기 보다 미안함 따위가 남는다. 당시 나는 그들을 이해 할 수 있고, 이해했다고 생각했기에, 나에게는 적합치 않다고 떠났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고 자만이였음을 이제야 비로소 인지한다. 이제야, 오래됨을 경험하고나서야, 그것들을 상대적으로 이해하고있다.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내일의 나음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보다 나은 모습의, 혹은 배움을 바탕으로 보다 의식적인 나의 선택들은, 나뿐 아닌 나의 환경과 타인들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것들을 지향하는 철학을, 쉽지 않겠지만 이상향을 향한 방향은 멈출 수 없다.
온고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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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t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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