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때로 허무함을 느낀다. 그것이 나를 눌러 생활을 불가능케 하던 날들도 있었다. 오늘 문득 약국의 앞을 지나가면서 이를 잠시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이전에 느꼈던 절망감과는 많이 달랐음을 또한 느꼈다. 이러한 때에 나 자신이 변했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 같은 감정에 대한 나의 반응이 다른 것이다. 이와 같은 불행에 덤덤 할 수 있는 자신이 생소키도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내적인 것들에 집중하여 외적인 것들에게 신경 쓸 여지가 없던 -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던 -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있던, 불과 몇 년 전의 나의 모습을 기억한다. 외적인 것들에 내적인 것들을 때로 무시하는 현재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느 것이 나은 것인지는 구분 할 수 없다. 다만 보다 편안한 구석에 정착하고 싶을 따름. 비교적 당시의 나와 현재의 나 중 현재의 내가 편안하다. 나 자신의 안락 - 이 외의 것들은 모두 부수적이고 중요하지 않다.
잠이 올 듯 오지 않을 듯 - 영화를 한 편 보고싶지만 딱히 볼만한 것이 없다. 비 소리가 듣고싶은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이것 저것 좋다 - 싶은 것이 없는 것을 보니 반 정도 졸린가보다. 나를 웃게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가족 친구 자연 - 사실 자연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가족 - 자연만하지 못하다. 물론 인간이 자연과 본인들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필요치 않은 보편이지만, 인간관계란 자연과 거리를 갖게 만드는 그러한 기가 있다. 사람들 또한 자연이거늘 - 그들, 우리들에게는 자연적이지 않은 어떠한 기운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들이 없다면 나 또한 없으리라. 하지만 그들에게는 피곤함, 어려움, 번거로움, 안타까움, 속상함 - 한 마디로 '싫음'이라는 것이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자연에는 싫음이란 없다. 그것은 부드러우며 그 어려움 조차도 '좋음'의 일부이고 조화이다.
이는 사람에 대한 반감에서 나오는 나의 편협적인 편린이다. 분명 자연에도 어려움이 있고 그것이 싫을 수가 있는 것이거늘 - 사람이 싫다 - 라는 말을 나는 이렇게 둘러둘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찾을 수 없던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생겨 - 불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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