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형태 - 물질적 구성에 대해 질문을 올렸는데 너무 성의있게 대답해주셔서 글을 옮겨왔음. 사실 페이퍼백의 가장 큰 이득은 저렴한 값도 있지만 가볍다는 것. 한국 책의 경우 무거워서 휴대하기가 어려움. 시애틀에 생활할 시에는 책을 잘 들고 다니며 틈틈히 읽는데 한국 책의 경우 그러기가 어려운 것이 부피도 크고 무게도 무거워 가방에 넣기가 부담스러움...... 이미지적인 - '저렴한' 인상을 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페이퍼백의 단점이 되는 듯 싶은데 - 그러한 인상을 깬다면 보다 많은 책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을 듯.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의 크기적 차이 - 사진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무게적인 차이가 상당함.


사실상 이러한 고민들도 전자책을 사용한다면 사라질테지만 아직까지는 종이책의 위치가 흔들리기는 어려운 듯. 플러스 개인적으로 전자책을 선호하지 않음. 이에 대해는 다음기회에 포스팅하겠음.
나의 질문과 그에대한 문학동네 측의 답변:


황윤영
2011/07/11 21:07 답글

미국 책들의 경우 상당 수 크기가 작고 , 글체도 작고 여백도 더 좁은 것 같아요. 재질도 볼품은 없는 회색빛이지만 한국 책들에 비해 가벼운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책들은 고급스러움을 위해 그러한 인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요? 물론 우리나라 책들이 글자도 크고 읽기 편하지만 커버도 그렇고 무거운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왜 그렇죠 ?

  • 2011/07/11 22:43 답글

    외국의 경우는 같은 책을 두가지 종류로 출판합니다. 하드커버와 휴대하기 편한 패이퍼백으로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독자들이 유독 흰종이를 선호해서 돌가루가 들어간 모조지를 사용한답니다. 그래서 책값도 비싸지고 책도 무거워지는 거죠. 책이 너무 외향에만 치우쳐 고급화되고 있어서 책값에 거품이 들었다고.....9시 뉴스에서 다룬적도 있었습니다.
  • 2011/07/12 01:13 답글
    작은 폰트, 줄간격과 여백을 줄여 빡빡하게 채운 편집, 무선제본, 작은 크기. 낮은 정가.

    종종 독자분들께서 위와같은 사양으로 책을 제작하여 저렴하게 보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곤 하신답니다. ^^;; 몇 가지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1. 수요의 문제
    한 때 마트 도서코너를 중심으로 '미니북'이 유행처럼 폭발적으로 번진 때가 있습니다. 기존 도서시장을 잠식할 거라는 둥, 그래도 일반 도서의 판매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둥 많은 의견이 충돌했지요. 그런데 수년이 지난 후 미니북 시장이 크지 않다는 게 판명되었습니다. 수요 자체가 많지 않고 마트, 또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 특정 마켓 이외에는 수요가 없다는 게 드러났지요. 대형 오프라인 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 미니북은 찾기 어렵습니다. 마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비교적 특별한 시장은 출판사 입장에서 메리트가 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 이미지의 문제
    페이퍼백 수준으로 제작된 책의 경우, 일반 크기의 같은 책에 비해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몇천 원을 더 지불하고 일반 크기의 도서를 구매하겠다는 경우가 많지요. 앞서 1번에서 말씀드린 특정 시장(마트, 휴게소)의 경우, 저자나 독자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싼 물건을 구입했다'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대두된 중고책 서점의 경우, 중고도서임이 명백하지만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은 도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책인 미니북보다 오히려 메리트를 지니고 있지요. '저렴한 도서구입'을 위해서라면 미니북보다 중고일지언정 상태가 좋은 일반 판형의 책을 구입하겠다는 게 요즘의 추세이기도 합니다.
  • 3. 단권 판매의 어려움
    말씀하신 페이퍼백의 경우, 시리즈가 자리를 잡고 그 시리즈 특유의 인상을 심어줘야만 '살아남을 수'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50권 단위의 페이퍼백 기획 시리즈를 계획하여 작고, 가벼우며, 저렴하고, 그러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시리즈를 론칭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야만 성공할 수 있겠지요. '저렴해서' 책을 구매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시리즈가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 단행본의 오프라인 서점 진열 주기는 길어야 2주에 불과합니다. 시리즈를 한번에 론칭하여도 그 시리즈가 모두 진열되기도 어려운 실정이지요. 한 권만 놓여있을 때는 '그저 작은 책'으로 눈길을 받기 어렵기에 '시리즈의 힘'으로 어필하는 게 필요하지만, 그렇게 '어필할 수 있을 때'를 시장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4. 기타
    어린이 책의 경우 실제 얇은 무선제본 방식의 그림책이 유통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모 출판사의 경우, 가입회원에게 다달이 얇은 그림책이 배송되었죠. 하지만 좋은 그림책이 초반에 많이 소개되고 이후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조금 아쉬운 책들이 발행되자 상황이 바뀌고 그런 얇은 그림책은 '팸플릿'처럼 여겨지고 외면받게 되었습니다.

    양장 그림책의 경우 책의 무게, 아이들이 놓쳤을 때 다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문제로 제기된 게 사실입니다. 북하우스의 어린이책 브랜드인 '키득키득'의 경우, 좀 더 가벼우면서도 안전한 제작 사양을 고민하여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고 스폰지를 채워넣은 양장 그림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조금만 긁혀도 표지가 찢어지고 재생이 불가한 단점이 있습니다.

    문학동네 역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원더북스' 시리즈를 통해 작고 가벼운 책들을 출간하여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작고 가볍고 저렴한 책'의 수요는 예상외로 적어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문학동네는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의 경우 무선제본과 양장본 두 가지 판본을 동시 발매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고 독자분들의 수요에 최대한 부합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입니다.

    또한 '문학동네시인선'의 경우 일반판과 특별판의 동시 발매는 물론 '대본 형식으로 제본하여 여백이 시를 말하는' 특별판을 출판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이 역시 독자분의 가슴에 시를 새기기 위한 몸부림 중의 하나입니다.

    한가지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것은, 문학동네는 항상 귀를 열어두고 더 나은 것,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고치며, 행여 오해가 있을 때는 자세히 알려드리고 서로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가장 좋은 책을 가장 적절히' 내는 출판사로 인정을 받는 게 많은 바람 중 하나입니다. ^^


    자료 출처
     책을 만드는 종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문학동네::)

    Posted by wat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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