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대하는 자세

음식 2011. 3. 11. 01:11

혼자 샐러드를 먹으며 웃는 여자의 사진은 매우 흔히 찾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한 행위이지만, 즐겁다니 다행이다. 이 여자는 무려 야외에서 유리 그릇과 플라스틱포크를 사용하고 있다, 정말 앞 뒤 없는 상황이다, 뭐 즐거우니 다행이라고 하자.



음식 - 우리나라와 미국의 음식문화는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의 음식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는 개인적 의견이다. 음식에 대하여 미국만큼 '무분별'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미국인의 식습관은 매우 - 무분별하다. '먹는 행위'는 즐거움이라기보다 손톱을 뜯는 습관처럼 보일 정도이다. 미국음식의 맛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량생산되는 식품들 - 스타벅스, 맥도날드, 과일, 채소, 쿠키, 식빵, 등등 맛있는 것이 하나 없다. 대량생산된다는 것은 분명 그 만큼의 소비층이 있다는 것인데, 그 맛 없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 보편적이라는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샌드위치는 신문지 맛이나고, 스콘은 신문지 맛이나며, 글레이즈 도넛은 설탕을 바른 신문지 맛이 난고, 싱거운 라떼는 더블 샷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음식은 중요하다. 나 또한 미국의 신문지 맛 제과류와, 물 맛의 라떼에 익숙해져, 맛있다고 먹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허나 음식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후로, 잃었던, 혹은 없었던 미각이 생기기라도 한 듯, 음식의 맛이 보다 풍부해졌다. 음식은 칼로리 - 즉 에너지이다. 하지만 음식은 '맛'이기도하다. 맛을 최대한 음미하며 먹는 음식은, 육체적 에너지일 뿐 아니라, 정신적 감성적 에너지가 되기도한다.
현대인이라는 맹목으로,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한가함과 나태함의 정의를 구분치 못하며, 주방에서의 시간을 '여가' 혹은 '여유'로 여긴다. 물론 요리를 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행위는 심적 여유를 부른다. 하지만 요리는 시간적 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부수적인 것이 아닌, 삶의 주류이여야한다. 삶을,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업에 메달려 시간을 보내면서, 음식 할 시간이 없다하여 대충 끼니를 떼우는 생활은 즐거울 수 없다.
일단 음식을 대하는 자세 - 를 나열하고 설명하겠다.

너무 세부적이여서 실천에 입문이 어렵다면 보다 간단히 추려


1. 감사
2. 관찰
3. 씹기
4. 회상
이 정도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음, 이 보다 세부적일 수도, 보편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간단한 방법을 먼저 설명하겠다.
1. 감사 - 음식이 나의 앞에 앉아있다. 나의 옆도 아닌 뒤도 아닌 앞, 에 말이다. 음식을 앞에 두고 기도를한다. 신을 숭배하라는 뜻이 아니다. 하느님이 아닌, 신이 아닌, 특정한 대상을 제시하지는 않겠다. 물론 하느님이나 당근신이나 시금치산령에게 기도를해도 좋다. 음식 자체에게 인사를 나누자. "안녕, 만나서 반가와, 먹힘에 응해줘서 고마워" 정도도 좋고,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아멘"도 좋다. 중점은 '감사'이다.
2. 관찰 - 나의 앞에 앉아, 혹은 누워있는 음식을 쳐다봐라. "너는 무슨 색이니, 어디서 왔니, 너 정말 당근 맞니? 당근 코스프레 가지는 아니니?" 정도도 좋고, "얘는 수입산, 저건 국산, 이건 토마토의 옆구리, 저건 배추를 절인 것"도 좋다. 단순하다, 이게 뭔지, 뭐하는 녀석인지 관심을 가져보아라.
3. 씹기 - 음식을 씹어먹어라. 음식을 조금만 씹어도 목구멍 근육이 위로 밀어내리고, 내장은 근육이기에 음식을 운반 할 수 있고, 침의 산, 위의 산 모두 음식을 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맛은 혀에서만 느낄 수 있다. 최대한 오래 음식을 입에 물고 잘게 부수고, 가장 깊은 맛까지 무엇이있는지 파헤쳐 보아라. 결과적 발견은 꽤나 대단하다.
4. 회상 - 무엇에서 무슨 맛이나는지 되짚어보아라. 언어는 매우 제한적이다. 담백하다, 달다, 맛있다, 짜다, 따위로 음식의 맛을 서술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굳이 글이나 언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음식 고유의 맛이, 향이 무엇인지 먹은 후에 한 번 정도 생각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음식을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음식을 쳐다보라 -
무슨 맛일지 상상하라 -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궁합을 만들라 -
씹어 먹어라 -
개인적으로 위 식사에는 아이슬랜딕 음악이 어울릴 것 같다. 그냥 내 의견이 그렇다. 저 검은 것들은 콩 자반이다. 긴 것은 고사리. .


보다 세부적인 방법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1. 재료를 알기
2. 조리
3. 감사
4. 관찰
5. 씹기
6. 궁합놀이
7. 회상
8. 설거지

위에 설명되지 않은 단계들을 설명하자면
1. 재료를 알기 - 어떠한 재료가 사용되었는지 관심을 두어라. 예를 들어 과자에는 밀가루 설탕 계란 버터 향 색 등 매우 많은 재료들이 들어간다. 오곡쿠키에는 다섯가지 곡식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극소량이고, 야채만두에는 야채보다 고기가 많다. 하나씩 어떠한 재료가 첨가되었는지 관심을 두면, 음식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음식이 거친 과정을 생각 해 볼 수 있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성립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2. 조리 -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타인이 만든 요리를 먹는 일 또한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식당에 의존하는 생활패턴은 바람직하지 않다. 음식을 이해하는데에있어 가장 중요한 방법은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떡볶이를 만드는 일은 매우 간단해보인다. 양념에 떡과 야채를 조리고 파를 넣으면 된다. 직접 떡볶이를 만들어보면 당연히 보다 복잡하다. 일단 양념의 맛을 만드는 것이 강권이며, 떡의 관리 또한 중요하다. 양념에는 간장 설탕 물엿 물 고추장 고추가루 멸칫 국물 등 다양하고,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른 재료들이 들어간다. 제각기 향이 다르고 맛에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 떡볶이의 맛을 이해하는데에는 그것을 직접 만드는 것은 독보적으로 도움이 된다. 설탕과 간장의 비율 따위가 얼만큼 중요한지 알 수 있으며, 언제 어느 야채를 어떤 순서로 넣어야하는지도 배울 수 있다. 떡을 어떻게 관리하여야 가장 쫄깃한 촉감을 유지 혹은 만들 수 있는지 따위 또한 새로운 배움의 일부이다.
직접 만드는 요리는 마음에 여유또한 부른다. 찌개가 끓는 동안 그 소리를 들을 기회가 생기고, 쌀이 밥이되는 향기는 행복을 준다. 요리는 먹기위한 행위이지만, 그 행위 자체로도 매우 매력적이다.
6. 궁합놀이 - 이것은 반찬이 많은 우리나라의 식탁에서 보다 쉬운 일이다. 미국처럼 샐러드, 샌드위치, 파스타 따위로 한 접시 안에서 해결되는 요리들은 이러한 '궁합'놀이가 불가능하다. 식탁에 많은 반찬이 있으며 각기의 맛은 다르다. 그들의 배합 또한 새로운 맛을 낸다. 한가지 반찬을 여러 반찬들과 조합해보며, 가장 맛있는 배합을 찾는 '놀이'는 미각을 살려주기도하고 식사에 재미를 더한다.
미국처럼 식사에 한가지 음식을 먹는 경우에, 음식에 음악궁합을 찾아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놀이이다. "삼겹살, 되장찌게 궁합은 - 보헤미안 랩소디" 라던가 "해산물 파스타는 Underthe Sea" 라던가, 제 멋대로가 좋다.
8. 설거지 -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거지를 귀찮게 생각한다. 밥을 즐거이 먹고, 뒷정리보다 쉬고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거지는 미룰수록 더럽다. 바로 해라. 딱히 설거지에 의미를 부여하고싶지는 않다. 물론 물로 그릇을 닦는 행위는 즐겁기도하고, 음식에 대한 회상을 할 기회를 주기도한다. 허나 설거지의 중점은 청결이라고 생각한다. 미루면 더러우니까 바로 하는 것이 옳다. 이 또한 음식에 대한 - 부엌에 대한 예의다. 깨끗히 써라.



하루도 음식을 먹지 않는 날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라면이나 김밥 따위로 끼니를 때운다. 미국에서는 샐러드와 커피, 샌드위치따위가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체된 식습관은 새로운 즐거움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음식은 섹스를 상대 할 수 있는 유일한 쾌락이라고 한다. 그 만큼 우리는 음식에 의존하며, 그것은 의존 뿐 아닌 환상적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매력을, 미각을 깨우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이 음식에 대한 관점을 성립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자세를 성립함으로써, 음식을 생활의 일부로 인식하며, 그것에 보다 관심을 갖기를 제안한다.
'나 밥 먹을거야 -' 하면, 흔히들 '많이 먹어 - '라고 하는데, 이해 할 수 없다. 많이 보다 '맛있게 먹어 - '가 보다 훨씬, 유익하다. 맛있게 먹고, 맛있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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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t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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