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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0 히피 Hippie, 이데아 vs 실현 - 수용과 공존 2


Hawthorne Portland OR Youth Hostel



처음 히피를 만난 것은 여행 중 Portland OR의 한 숙소 -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을 운영하는 만큼, 자유를 사랑하고 평화 공존 등을 중시하는, 그야말로 히피의 집이였다. 빗물로 화장실 물을 내리고, 부엌에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다양하고 상당히 많은 숫자의 그릇, 접시, 쟁반, 컵, 냄비 등이 있었으며, 집 구석마다 온갖 '장식'이 걸려져있었다. 들어오는 모든 것을 막지 않으며, 나가는 모든 것 또한 막지 않는 듯한, 그야말로 유한 집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장식을 수용하는 벽은 지저분해 보였고, 환기되지 않는 지하방은 퀴한 냄새가 났다. 오래된 듯한 이층 침대는 안락함이란 전혀 없었고, 죽어가는 전등은 늙어보였다.
또 다른 히피의 경험은 지난 달 Tiger Mountain 등산 중에 만난 아저씨 - 아저씨와 대화 결과 결코 좋지 않은 의도의 사람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자신의 사상이 뚜렷하고, 자유와 공존, 여행과 평화를 중시하는 분이였다. 베트남전의 시대에 살던 이야기, 정처 없이 걷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 인종차별의 미국에 대한 이야기, 여행 이야기, 사회, 다수가 정하는 기준, 등산,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 함께 하산하였던 아저씨. 아저씨는 산타보다 길고, 희지 않은 잿빛의 수염을 가지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반다나를 두르고, 손에는 독수리 머리가 깎아진 지팡이를 들고 계셨다. 나의 등산복과는 달리, 카고 바지와 남방을 입고 계셨고, 큰 키에 뭉툭한 손덩이는 어느정도 아저씨의 성격을 짐작 할 수 있게 하였다.
히피 hippie 의 이데아는 좋지만 살아있는 히피를 만나본 결과. . 어떠한 이데아도 현실로 반영되었을때 그 실현이 철학만큼 환상적인 것은 없는 듯 하다. 분명 모두들 '히피'라는 커다란 관념 아래에, 자신들만의 세부적인 철학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완전한 것은 없고, 나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을 대학에 와서야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나의 마음에 꼭 드는 사람 혹은 이데아, 공간, 지역,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나와 같은 사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걸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라고 특정히 확신하지 않더라도, 마음 어느 구석엔가 그러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커뮤니티, 사람, 지역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버렸다. 이 것을 해 보았고,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다른 것을 하겠다 - 라는 생각, 쉽게 포기하는 마음이였다. 하지만 지내면서 배우게 된 것은 나에게 맞는 세상을 찾는 다라는 방향보다, 세상은 세상이며, 나는 나이고, 세상을 나의 기준에 맞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를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 또한 없다. 가장 바람직한 합의점은 서로의 고유성을 인정하며, 수용하는 것이다. 그 와중 공통분모는 어디에나, 어느 두 개체 사이에나 존재한다. 나와 어떠한 사람, 두 종교사이, 두 다른 정치적 이념 사이, 사람과 의자사이, 그 어떠한 두 개체더라도 분명 몇 가지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그럼으로 그렇게 우리는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수용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이 것을 배우는 데에는 몇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이를 완전히 연습하는 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 여전히 싫은 사람은 싫고, 만나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은 없지만, 나의 지인인 만큼 어느정도의 수용과 노력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매일 마주치는 사람인데, 내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사람인데,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면 주어야 할 것 같고, 냉대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 - 원수도 아닌, 그저 번거로운 사람조차 반갑게는 커녕 존중하여 대할 수 없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나의 결함들을 기억하고 보다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존중해야함을 기억해본다 -
Posted by wat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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