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TH LESSON

치아, 제대로 닦고 있나요?<VOGUE> 2011년 09월호
하루에 세 번 만나는 칫솔,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만나고 헤어질 때가 많은가? 단순히 위아래로 구석구석 닦아왔을 뿐인 칫솔질, 이제 제대로 공부할 때가 됐다.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을 들고 싶다면〈 보그〉의 세심한 조언을 귀담아 들을 것!
의료도구는 연세림치과, 엑스레이 사진은 서울턱 치과
제대로 치아를 닦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선뜻 “네, 물론이죠!”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치과 의사들을 제외하고)과연 몇이나 될까?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치아는 튼튼하든 약하든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이며, 사는 동안 매일 해야 하는 영원한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한 칫솔질을 습관화하기란 쉽지 않다.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한 아침, 산더미 같은 업무가 쌓여 있는 업무 시간, 종종 메이크업도 지우지 않고 잠드는 밤… 모두 3분을 투자하기 힘들 때가 많다. 반대로 만약 당신이 ‘칫솔질 모범생’을 자부한다 해도, 그러니까 밥 숟가락을 내려놓자마자 칫솔로 바로 배턴터치 한 채 매일 세 번 규칙적으로 칫솔질 한다 해도, 올바르게 칫솔질을 잘 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결과를 알고 싶다면 플라그 염색 시약을 사용해보라. 마치 드라큘라처럼 붉게 물든 치태(음식물의 미세한 찌꺼기가 치아에 남아 있어 세균 덩어리 막을 형성하는 것)와 치석(치태가 타액 내의 칼슘 성분을 흡수해 단단한 돌처럼 치아와 잇몸 사이에 부착된 것)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칫솔질의 횟수와 시간, 칫솔의 종류 보다는 올바른 칫솔질과 정성스러운 양치 시간이 훨씬 중요하다. 자, 그렇다면 어떤 도구로, 얼마나, 어떻게, 칫솔질 해야만 가장 효율적으로 구강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치아 건강의 시작은 적합한 칫솔 선택부터 
본격적으로 칫솔질 방법을 얘기하기에 앞서, 칫솔 쇼핑에 나서보자. 마트나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칫솔들은 색상만큼이나 기능면에서 최첨단 과학을 운운하며 참으로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칫솔을 구입할 때는 두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칫솔의 크기와 칫솔모의 강도! 우선 칫솔 크기부터. 사람마다 입 크기가 다르듯 치아 크기도 천차만별인데, 칫솔모 크기는 치아 두 개 반 정도가 덮일 정도면 적당하다. 이보다 크게 되면 어금니나 구강 안쪽 깊숙이 박혀 있는 음식물을 제거하기 힘들다. 큰 빗자루로 구석구석 청소할 순 없지 않은가? 은평 베스트덴 치과 이민형 원장은 “어린아이나 입이 작은 여성에겐 칫솔 머리 크기가 작은 제품을, 일반 성인의 경우 좀더 큰 칫솔을 추천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6세 미만의 소아는 20.3mm, 성인은 25.5mm 이하가 적합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칫솔모의 강도는 더욱 중요하다. 칫솔모는 약강도, 중강도, 강강도의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잇몸 질환 환자나 잇몸과 치아 사이가 많이 파인 경우엔 부드러운 약강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구강 상태가 불량하고 칫솔질 횟수가 적다면 중강도나 강강도를 추천하기도 한다. 

보통 칫솔 수명은 3개월 정도지만, 개인에 따라 1~2개월 만에 교체가 필요할 수 있다. 하루에 세 번 규칙적으로 칫솔질을 못할 경우 보상 심리로 격렬하게 닦을 때가 많은데, 이런 날이 반복되면 칫솔모가 빨리 옆으로 눕게 된다. 무엇보다 치아 표면을 빡빡 닦게 되면 치아의 법랑질(인산칼륨으로 구성되어 단단하지만, 머리카락의 1/100 굵기로 매우 얇다)이 벗겨질 수 있으며, 잇몸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법랑질이 마모되면 상아질이 노출되게 되는데 칫솔질 할 때 이가 찌릿찌릿 시리고 신 음식을 섭취할 때 시린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서울턱치과 정무혁 원장의 경고 섞인 조언이다. 칫솔모가 벌어지거나 탄성을 잃게 되면 바로 칫솔을 교체하는 것이 좋지만, 그 전에 당신의 칫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전동 칫솔은 어떨까? 1939년 발명된 이후 나날이 진화되고 있는 전동 칫솔에 대해서는 치과 의사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기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입장과 반대로 과학적이고 완벽한 기계가 인간의 부족한 수동 칫솔질의 결점을 보완해준다는 것. 팽팽한 양쪽 입장을 한번 들어볼까? “과거엔 전동 칫솔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 전동 칫솔이 치태를 잘 제거하고 치은염을 줄여줬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는 칫솔질이 정확하지 않은 이들에겐 전동 칫솔이 효율적이며, 칫솔이 도달하기 어려운 혀에 가까운 최후방 치아의 경우 더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치과의 비밀>의 류성용 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많은 치과 의사들은 전동 칫솔이 아닌 일반 칫솔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올바른 칫솔질을 선택하고 본인의 치아와 치열의 형태를 파악하고 손으로 직접 칫솔질 할 때 플라그 제거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하루에 몇 번, 언제 칫솔질 할 것인가? 
“흔히 알려진 3.3.3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루에 3번, 식후 3분 이내, 3분간 양치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죠. 식후 3분 이내라는 말하는 이유는 충치의 주범인 뮤탄스균이 식사 후 3분~30분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민형 원장의 설명이다. 참고로 뮤탄스균은 입에서 입으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예를 들어 충치가 있는 엄마가 아이에게 먹던 숟가락으로 음식물을 주면 옮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꼭 3분 이내에만 칫솔질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예외가 존재한다. 첫번째로 탄산 음료를 마시며 식사했다면 1시간 정도 후 칫솔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도가 높은 탄산 음료는 단단하게만 보이는 치아의 법랑질을 화학적으로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탄산 음료나 레몬 주스를 마시거나 식초를 듬뿍 넣은 냉면을 먹었다면 식사 직후 물로만 입 안을 충분히 헹구고 나중에 칫솔질을 해야 한다. 또한 위산역류나 구토 증상이 있는 경우도 낮은 산도의 위액이 치아의 법랑질을 부식시킬 수 있다. 그러니 위산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되어 속이 쓰리거나 잦은 구토가 발생한다면 내과뿐만 아니라 치과 진료도 동시에 받을 것을 권한다. 

그럼, 칫솔질 횟수는 어떨까? 치과 의사들은 칫솔질의 횟수보다 한번을 하더라도 꼼꼼한 칫솔질을 강조한다. 특히 자기 전에 하는 칫솔질이 귀찮다고 지나친다면 당신의 치아에 죄책감을 느껴야만 한다. 수면 중에는 침 분비량이 줄어 구강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충치가 생기거나 잇몸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 또한 구강이 건조할 경우에도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셈이니 평소 자주 물을 마시는 것이 좋겠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이가 들면 침 분비가 줄어들게 되니 적당한 수분 섭취를 통해 입 안을 항상 촉촉하게 관리하도록 하자. 

치주과학 교과서에 소개된 ‘바스법’ 
칫솔질을 단순히 치아만 닦는 행위로 봐선 곤란하다. 칫솔질은 치아 사이의 음식물 찌꺼기와 혀를 비롯, 구강에 남아 있는 각종 노폐물을 제거함은 물론, 잇몸 마사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치아와 잇몸 사이, 치아와 치아 사이를 염두에 두고 칫솔질 할 것을 강조한다. 그럼 가장 효율적인 칫솔 방법은? <치과의 비밀>에서는 <치주과학 교과서>에서 나오는 ‘변형된 바스’를 가장 올바른 칫솔질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욕실 거울에 치약도 많이 튀고 시간도 10분 이상 걸려 따라 하기 쉽진 않지만, 잇몸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니 한번 따라해 보자. (1) 칫솔모를 45˚ 정도 기울여 치아와 잇몸 사이에 잘 삽입한다. (2) 그 상태에서 좌우로 3~4회 정도 진동을 준 다음 칫솔모를 치아 씹는 면 쪽으로 쓸어 올린다. (3) 어금니 바깥쪽, 어금니 안쪽, 앞니 바깥쪽, 앞니 안쪽 순으로 칫솔질 한다. (4) 앞니의 안쪽은 어렵다. 진동을 주고 쓸어 올리는 것 같지만, 칫솔은 치아면과 수평이 아니라 수직이 되게 세워야만 한다. (5) 마지막으로 어금니의 씹는 면을 닦는다. 실제로 이렇게 칫솔질 한 후에 치실을 사용해 보니 음식물 찌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바스법은 완벽하게 숙지되기까지가 쉽지 않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습관화되기 힘든 칫솔법이다. 그래서 치과 의사에 따라서는 적당히 힘을 주어서 닦는 ‘스크러빙’ 방법을 권하기도 한다. 칫솔을 치아 표면에 90˚ 로 대고 칫솔모의 일부를 잇몸에 가볍게 닿은 후에 좌우 방향으로 미세한 진동을 주는 것이다. 시간은 바스법보다는 1/2 정도 적게 들지만 이 역시 뽀드득 거릴 정도로 깨끗하게 칫솔질 됐다. 

이렇게 열심히 닦는데도 쉽게 충치가 생긴다면 ‘내 치아는 잘 썩는 체질이야’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을까? 이 점은 치과 의사마다 의견이 다른데, 그 이유는 연구된 자료나 잘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유전적인 원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랑질은 개인에 따라 무기질 함량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유전적인 이유도 있고, 치아가 잇몸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무기질의 농도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민형 원장은 무기질 구성이 줄어들게 되면 치아 표면의 강도가 줄어들고 충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당신이 섭취하는 음식 역시 충치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흔히 설탕이 듬뿍 들어가거나 당도가 높은 음식, 탄산 음료는 충치를 쉽게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치 유발지수를 참고해 보면, 김치의 충치 유발 지수는 3, 사과와 라면은 10, 아이스크림 11, 초콜릿 15, 인절미나 도넛은 19, 비스킷과 과자는 27, 캐러멜 38, 젤리는 46에 이른다. 

남아 있는 치약은 위험인자 
칫솔질 후 여러 번 헹궈 내지 않으면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치약 성분은 치아에 낀 음식 찌꺼기를 없애주는 세마제와 석유계 화합물인 계면활성제로 나뉜다. “치약 속의 계면활성제가 입 안에 남아 있게 되면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침 분비가 제대로 안 되고 세균 증식은 물론 입냄새가 나게 됩니다.” 정무혁 원장은 계면활성제는 동시에 구내염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경고한다. 무엇보다 계면활성제는 화학 물질과 쉽게 결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입 안에 남아 있다가 타액이나 음식물과 함께 위로 넘어가게 되면 위 점막의 지방 성분을 녹여 각종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칫솔질 한 후 혀가 얼얼하면서 쓴맛이 나는 것은 계면활성제가 미각 세포를 마비시키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10번 이상 충분히 물로 헹군다면 건강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염려된다면(특히 유아에겐)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은 치약을 선택할 것! 

비밀 병기, 치실과 치간 칫솔 
칫솔질을 열심히 했더라도 충치가 생긴다면, 칫솔질이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를 완벽하게 청소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이는 치아의 모양이 타원형 구조가 아닌 강낭콩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즉, 치아 사이에는 움푹 파인 골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칫솔 모가 침투할 수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치실과 치간 칫솔이 필요한 이유다. 10분 넘게 모든 정성을 투자해 칫솔질을 해도 막상 치실을 사용해 보면 수많은 이물질이 숨어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치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피를 볼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치실은 위아래로 5~6회 정도 부드럽게 사용할 것을 권하는데, 이때 힘을 지나치게 가하면 잇몸에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만약 치실을 사용할 때 잇몸에 출혈이 자주 발생한다면 또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이민형 원장은 “잇몸 출혈은 치은염과 치주염 등과 같은 만성염증이나 외상, 종양 같은 국소적인 이유, 비타민 결핍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라며 충고한다. 

그럼, 치실을 고르는 요령이 있을까? 치실은 왁스를 입힌 것과 왁스를 입히지 않은 것으로 구분된다. “왁스를 입힌 치실은 외상을 막아주어 초보자에게 권장되며, 왁스를 입히지 않은 치실은 치아 사이가 상대적으로 촘촘한 젊은 층과 치실 사용이 숙달된 사용자에게 추천합니다.” 이민영 원장의 설명이다. 참고로 치실 중에는 민트 왁스를 입힌 것도 있는데, 사용 후 훨씬 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치실을 사용하다 보면 입을 크게 벌리면서 팔자주름이 심하게 잡힐 수 있는데, 이때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치실 손잡이가 있는 제품을 구입할 것! 

또한 치아 사이가 벌어져 있거나 치아 교정을 했거나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면 치간 칫솔도 필요할 것이다. 치간 칫솔의 굵기는 국제 규격에 따라 0~7단계까지 존재하는데, 자신의 치아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가는 것을 선택해야만 한다. 자칫 치아 사이의 틈보다 굵은 치간 칫솔을 사용하게 되면 틈이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아 교정을 마친 후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겼다면 치간 칫솔이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잔소리처럼 느껴지겠지만 마지막으로 조언 한마디. 웬만큼 고통스럽지 않고선 치과를 찾는 건 드문 일이다. 시리고 아픈 것은 참는다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비용과 소름 돋는 기계음, 의사 앞에서 민망하게 입을 쫙 벌리는 것도 치과 방문을 꺼리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완벽한 칫솔질도, 비밀 병기인 치간 칫솔과 치실로도 방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치석과 그로 인한 잇몸병.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치과 검진만이 더 큰 화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부디 명심할 것!


Posted by wat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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