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두 편 째 보고있다. 기분이 꽤나 좋지 않다. 오전에 받았던 산의 환상 기운은 순간적인 효과였을 뿐이었나보다. 나 자신을 잃은 것 같아 퍽이나 슬프다.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들에 내일을 기대하는 밤들을 다시 보내고 있다. 딱히 속이 상하지는 않지만 돌아가고 싶을 뿐. 나의 말들은 솔직함이고 그녀의 말들은 배려 없는 실수로 들린다. 오랜만의 대화가 전혀 반갑지 않다. 오히려 멀어짐에 대한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셈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나만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가질 수 없는 것이 갖고 싶더, 간편한 것으로 대체하려 하지만 불가능일 뿐 더러 터무니 없는 일이다. 가질 수 없다는 것 - 물론 내가 그은 선들을 지워버리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많은 수의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매우 흔한 것 - 하지만 나에게 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모든 것을 버려야한다는, 철학도 사상도 아닌 한 순간의 잡념.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소멸하고 싶다 - 그럼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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