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팠다. 아팠다 하면 주로 감기 몸살이기 마련인데 오늘은 달랐다. 아침에 수업을 가고. 공강 시간 두시간 동안 요기를하고 공부를하고, 다음 수업을 들어가려는데 속이 슬슬 아픈 것이다. 수업 전에 화장실을 가야겠다 싶어 화장실을 들렸지만 해결이 아니었다. 그렇게 수업을 향해 십 분 정도 듣고 있는데 허리를 펴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내장이 틀리는 것이 녀석들이 리본을 묶는 것인지 아 ... '아프다'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통증이다. 고통스럽다, 지금에서야는 열두시간이 지난 일인데도 생각만으로도 몸이 움추러들고 인상이 구겨지는구나 아 괴로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전거로 향한다, 걷는 동안 허리를 펼 수 없다. 엉거주춤히 자전거로 닿아 자물쇠를 푸른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걸었다, 푸른다, 서술하지만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업은 캠퍼스의 가장 아랫 쪽 건물이어서, 언덕을 어떻게 올라가지 싶은 걱정이 들었던 기억과, 교실과 집의 중점 쯤인 flag pole 에서 아, 많이 왔구나, 더올렸던 기억 외에는 ..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무튼 페달을 밟아 집에 도착. 방 문을 여는 순간 목소리가 트이면서 괴성을 질렀다. 아 .. 표현 할 수 없는 고통. 와중 방 문 앞에 도착한 택배가 있었다, 몇 일 전 주문한 책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녀석들을 박스에서 꺼네 함께 침대에 눕는다. 누우니 훨씬 편안하다.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던 엉거주춤한 자세, 에서 이제는 웅쿠리고 누울 수 있었다. 누워 친구와 몇 마디 문자를 보내고 책을 읽다보니 마음도 속도 조금씩 편안하다. 그렇게 정오 쯔음 잠든다. 잠에서 깨니, 아 창 밖이 야 밤이다. 해가 확실히 짧구나.
그렇게 나의 하루는 한 순간이 되어버렸다. 사실 오늘 수업 후 친구와 도서관도 가고 혼자 카페에 가서 몇 가지 정리도 하고 공부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잠에서 일어나 집을 둘러보니 집에오기를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몇 일 집을 외면하였더니 아무래도 방의 정돈된 정도가 다르다. 선반 위 책들의 가지런함, 책상위 스탠드의 자세, 옷 걸이에 걸린 외투들의 정교함.. 과 같은 미세한 차이들. 집이 나를 부르는 방법이었나보다. 그렇게 천천히 여유를 두고 방을 정리, 하고 냉장고에서 음식가지를 꺼내어 먹고, 정신을 차린 후 친구들에게 문자를 나누고 서로의 건강을 챙긴다. 요즘 날씨가 춥기도하고 모두 자취하는 입장이다보니 각자 건강은 본인들이 챙겨야한다. 말로써나마, 건강에 대해 서로 상기하고, 위안을 받는다. 화요일 - 때아닌 주말의 느낌을 받는다. 아무튼 오랜만에 집에 느긋하니 편안하구나.
아픔, 체력이 없는 것은 큰 정신적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아프면 집이 그립다.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고, 직접 차를 끓여 레몬들 썰어넣지 않아도, 누군가가 마련해주었으면 좋겠고, 목소리가, 대화가 그립다. 더구나 아파트에 관한 책을 최근 읽었는데 - 녀석에 대한 몇 가지를 적다보니 집이 보다 그립다. 친구에게 집에 대한 몇 가지 적고 있다고 하니,
do you miss it?
yes very much
would you be satisfied if you happened to be there again?
no, i do miss the physical space but many things have changed.. about the home as well as myself. i feel content with where i am now, just reminiscent of the time and place.
ah, i understand ... not too many things that can be done about it unfortunately, but many new things to enjoy (in a sense).
아 역시 친구들과의 대화는 생활의 기운, 에너지가 된다. 외에도 친구들의 걱정과 위로를 받으며 기운을 낸다. 응급하면 전화하라는, 필요한 것 이야기하라는, 쉬라는, 밥먹으라는, 잠 자라는, 기운 내라는, 하 - 나의 복받음은 참으로 굉장하다.
 
오늘 아침 '부족한 것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context 라면 내 자신이 보다 잘 할 수 있는데, 보다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환경보다는 자신에 대한 자책같은 것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 만큼 '풍족한 것도 많으니 그것들도 기억하자'라는 역상을 떠올렸는데, 풍족한 것을 생각하니 상당수 환경적인 것들이더라. 물론 내 자신이 풍족한 것, 들도 몇 있지만, 생활에 중점적으로 활력이 되는 것들은 외부적이더라 - 친구들, 가족들, 공부 할 수 있는 여건, 읽을 수 있는 책들. 결국 자책을 위로하려던 역상은 자책을 더 깊게했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학교 공부도 하고싶고, 보고싶은 곳도 많고, 오르고 싶은 산도 많고, 자전거 타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싶은 것도 많고, 입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많다 - 욕심이 많다. 모든 것을 놓고 학교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글도 쓰고싶고 책도 읽고싶고 자전거도 타고싶다. 아아 요즘 나의 생활이 이러하다. 정리하자면 시간과 노력 체력이 부족하며 고마운 사람들, 재미있는 책들과 공부, 하고 싶은 것들이 풍족하다. 행복하다.
망고 블랙 티, tazo 와일드 오랜지 티 에 레몬을 띄워 마시면 맛있다. 차 끓여 마시기 참 좋은 계절이다.
Posted by wat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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