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블로그. 2022년에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고 글을 1개도 올리지 않았었구나. 아이들 전에는 새해마다 카테고리를 만들고 올 해의 목표 글을 올리는 게 루틴이었는데 작년은 목표조차 올리지 않았네.
작년에 .. 무얼 했나.
3 월에 회사에서 ptc 트레이닝을 받았고
4 월에 노아 baby shower를 했고
5 월에 노아를 낳았고
6 월에 동생이 다녀갔고
9 월에 엘리 학교를 시작했고
10 월에 부모님과 동생 결혼식에 참석했고
11 월에 복직했고
2022년 달력을 돌아보니 회사 스케줄, 엘리 플레이데이트, 병원 진료 예약들, 주말 아이들 스케줄로 가득하다. 세우지 않았던 작년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건강하게 임신과정을 마무리하고, 와중에 엘리 육아도 소홀하지 않고, 노아를 순산하는 것. 그리고 산후조리와 엘리 학교의 적응을 도와주는 것. 이 정도.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건 임신과 엘리 육아의 병행. 노아는 임신이 힘들었고 산후조리가 오히려 편했어서 둘을 육아하는 게 임신과 육아 병행보다 나았던 것 같다. 물론 .. 둘 다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들이지만.
2023년 올해의 목표는 무엇일까. 아이들 전에는 학업, 목표하는 몸의 수치, 여행하고 싶은 곳 따위가 한 해의 목표였던 것 같다. 올해는 .. 글쎄. 일단 한 해의 목표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너무나 달라졌다. 지금보다는 어딘가 불안정했던 20대에는 항상 새해에는 refresh 할 수 있다는 관념에 집착처럼 목표를 세웠던 것 같고. 일상이 훨씬 바빠지고 루틴이 보다 생긴 지금은 새해를 현재의 연장선처럼, 그리고 한 해 한 해의 변화보다 하루하루의 탄탄함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뻔한 목표라면 엘리 영어를 늘려주는 것. 노아 영양적으로 잘 먹이는 것. 그리고 하루하루 둘 사이의 갈등을 최소 할 수 있도록 야외활동과 일상생활의 루틴을 적절히 계획하는 것.
요즘 노아가 그나마 8시 전후로 잠들어주어서 - 물론 밤에 2-3번 깨지만 - 저녁에 집 청소와 나만의 시간이 2-3 시간 정도 만들어졌다. 노아가 한동안 잠으로 매우 힘들어했고, 잠 못 드는 phase 4-6 시에 깨서 노는 phase, 밤 11시까지 노는 phase 등 여러 phase들이 있었지만 모두 지나가고 .. 나에게도 시간이라는 선물이 .. 기적처럼 생겼다. 그래서인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오랜만에 ..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얼마나 감사한지.
우연히 보게 된 김미경 한가인 님의 인터뷰 .. 나의 지금과 나의 미래의 모습 같아서 한참을 보았다. 음 .. 지금 나는 육아라는 핑계로 나를 놓고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 시점에서 나에게 필요했던 말들이었다. 아닌지라는 의문점으로 적지만 사실 나는 지금 안주하고 있다 -라는 마음이 지금 나의 마음의 숙제이다. 이 숙제가 나를 움직여서 새로운 동기가 되어야 할 텐데. 이 동기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직 모르는 것이 현실이고 현재이다.
나도 모르겠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이라는 말 .. 32 살이라는 나의 나이도, 3.5 세 9 개월 아이들의 나이도 지금에만 유효하고. 지금 나의 마음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형상화하지 않으면 이대로 계속 남아만 있을 거라는 것 .. 그것이 무섭다. 첫째를 낳고 지금까지 3.5 년 동안,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느라 나의 모든 에너지는 육아에 묶여있었다. 어느 사이에 시간이 조금 혹은 많이 흘러 .. 작은 여유라는 것이 .. 나에게 온 것 같다. 너무나 오랜만에 -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할 수 있게 됨에 감사하다.
나는 꿈이 많았었는데. 글을 좋아했고, 쓰고 싶었고, 책을 좋아했던 나의 모습이 어느 순간 흐려졌다가 ..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틈을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