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LHC의 CMS 실험 한국그룹 대표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이뤄지고 있는 힉스 입자 검출실험에 대한 중간보고가 지난 22일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 고에너지물리학회에서 있었다. 이번 중간보고를 두고 힉스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 단서들이 포착됐다는 희망섞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아직 때이른 판단 ‘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거대 강입자 충돌기의 힉스 검출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연구팀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사진 아래)와 전자우편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지금의 힉스 입자 검출실험의 상황과 관련해 “마치 야구에서 2회 말에 3 대 0이란 점수를 두고서 승리를 확신해 이겼다고 미리 흥분하고 떠들지 않는 것과 아주 흡사하다”며 “올해와 내년의 데이터 분석이 끝날 때인 9회 말이 되면 어느 정도 확실하게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를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장 중이면서도 친절한 답변을 보내주신 박 교수께 감사드린다. 인터뷰는 다른 기사 중에 실린 손동철 경북대 교수 인터뷰에서 했던 질문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했다.
양성자 가속 충돌로 힉스 입자가 생성될 때의 상상 개념도. 그림출처/ C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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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네이처> 보도를 보면, W보존의 신호가 과도하게 검출되어 이것이 힉스 입자의 존재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해설을 달고 있는데요, W 보존과 힉스 보존의 관계가 어떠하기에 W보존의 과도한 신호가 힉스의 존재 단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표준모형에서 힉스 입자는 중성입자로서 그 질량이 얼마인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힉스 입자의 질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붕괴될 수 있을 텐데, 예를 들면 힉스(H)는 두개의 W 입자(하나는 W+, 다른 하나는 W-, 즉 H -> W+ W-)로 붕괴할 수도 있고, 2개의 Z보존 (중성이므로 H-> Z0 + Z0)으로도 붕괴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유럽입자물리학회에서 발표된 결과는 크게 120 GeV부터 600 GeV영역에서 아직까지 힉스를 발견했다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공식 발표입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거꾸로 어떤 영역에는 힉스가 확실이 없느냐도 질문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통계학에 따라 “신뢰도”라는 개념과 같이 발표합니다. 이번 학회의 발표에 의하면, 95%의 신뢰도로는 149-206 GeV 구간, 그리고 300-440 GeV 구간에는 힉스가 없다는 발표를 한것입니다. 신뢰도를 조금 낮추어 90%의 신뢰도로 말하면 (즉 약간 덜 신중하게 말하면) 145-480 GeV사이에는 힉스가 없다는 발표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난 금요일 ATLAS와 CMS에 의해 145 GeV 이하에서 W 입자의 쌍생성이 많이 발견되어 혹시 H->WW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습니다.”
ㅡ 실제로 얼마나 유의미할 정도의 W보존 신호가 검출된 것인가요?
“W의 쌍생성 사건이 실제로, 그 영역에 힉스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에 비해, 약 2.5 시그마 (통계적 에러 크기의 2.5배, 즉 표준편차의 2.5배)가 넘는 정도로 많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래서 혹시 140 GeV 영역대에서 힉스의 발견이 기대된다는 이야기이고, 또 테바트론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어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이 어떤 입자를 발견했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때에는 보통 5 시그마 이상의 이상 현상을 발견해야 인정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충분히 2011년, 2012년 데이터 분석이 끝나면, 힉스 입자였는지 아니면 단순한 통계적 요동이었는지가 확실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ㅡ 어느 물리학 책을 보면 “힉스 입자는 Z 보존으로 붕괴한다”는 표현도 있는데, Z 보존과는 또 어떤 관계인지도 궁금합니다.
“힉스 입자는 전자쌍, 뮤온쌍, 타우입자쌍, 쿼크 (u,d,s,c,t,b), W보존 쌍, Z보존쌍 어떤 입자의 쌍으로도 붕괴가 가능합니다. (사실 힉스 입자는 W입자와 Z입자를 도입하여 전자기력과 핵력 중 약력을 통합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게이지이론을 만들 때 두 입자가 무거운 질량을 갖게 됨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입자입니다.
ㅡ 이전에 있었던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가속기인 LEP의 실험과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가속기 테바트론의 실험으로, 힉스 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 질량-에너지 구간에서 <114 GeV 이하>가 제외되었고 또한 <150-170GeV 구간>이 제외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114-150 GeV가 유력한 구간으로 떠올라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LHC 실험에서는 이 존재 가능한 구간(이런 용어가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이 더 좁혀지고 있는지요?
“예. 이번 LHC 실험에서는 현재 상한(upper bound)이 145 GeV로 줄었고요. 앞으로 올해와 내년의 데이터 수집이 끝나면, 말씀드린 대로 120-600 GeV대의 영역에서 힉스가 존재하는지 않는지를 결정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2011년, 2012년의 LHC 연구결과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입니다.
ㅡ 이번 LHC 실험 중간발표의 의미를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힉스 입자 발견이 임박한 것인지요? 아니면 집중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어떤 목표가 생겨난 것인지요? 네이처는 다소 신중하게 보도하고 있던데요(“과학자들은 단지 ‘초과 사건[exess events]’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 특별한 의미를 달고 있지는 않지만 한편으론 기대를 걸고 있다” 식으로).
“말씀드린 대로 물리학자들은 2-3 시그마 정도의 발견은 통계적 요동일 수 있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야구에서 2회 말에 3 대 0이란 스코어를 두고 승리를 확신하여 이겼다고 미리 흥분하고 떠들지 않는 것과 아주 흡사합니다. 2011년, 2012년 데이터 분석이 끝날 때에는 거의 9회 말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 때에 가면, 5 시그마 정도(이론치와 실험치의 차이가 통계 에러 크기의 5배나 될때)의 신뢰도로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를 얘기하게 될 것 입니다. 다만 2회 말 3 대 0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ㅡ 테바트론에서도 (정확도는 LHC보다 떨어지지만) 힉스 입자의 존재 단서를 포착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아마도 같은 학술대회에서 연달아 발표되고 있는 듯하네요. 테바트론에서도 비슷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면 힉스 입자의 존재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테바트론 실험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예. 테바트론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더욱 더 재미있지요.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직은 신중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외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ㅡ 국내 연구자들은 LHC의 CMS, ATLAS 검출 실험에 얼마나,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요?
“한국은 2007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한국CMS실험사업팀을 구성하여, 5~6명의 박사급연구원과 10여명의 대학원생연구원을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CERN에 파견하여, 현지에서 국제공동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구진도 힉스입자 탐색에 참여하고 있고,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ATLAS에는 정부 지원에 의한 한국실험팀은 없습니다만, 재외한국인 연구자들이 몇몇 연구주제에서 중심적인 역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실험팀의 공헌도에 대해서는 몇가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보통 아인슈타인과 호킹 박사와 같은 한국인 물리학자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공동연구에서는 그러한 일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함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CMS나 ATLAS는 마치 하나의 법인과 같이 커다란 생명체 같은 조직입니다. 그래서 검출기를 만든 사람, 컴퓨터 회로를 만든 사람, 소프트웨어를 만든 사람, 데이터를 받고, 분석한 사람, 이를 해석하는 사람 등 모두 3000명이 넘는 사람이 함께 결과를 만듭니다. 따라서 논문을 내도 수천 명이 저자 리스트에 포함되지요. 어느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전체 실험이 가능하지 않는 구조이지요. 그래서 힉스를 발견하였더라도, 그결과를 발표하는 사람은 대변인일뿐 그사람이 혼자 발견한 것은 아니지요. 현재 CMS 국제공동연구진의 약 1.5% 정도가 한국 연구자들로, 국력에 대비하면 사실 아직 많이 미흡하지요. 참고로 일본은 CMS에는 참여하지 않고 ATLAS에만 참여한답니다. ATLAS에서 일본의 위상과 CMS에서 한국의 위상은 많이 차이나고요. 그래도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CERN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에 있다고 합니다.”
ㅡ <힉스 입자가 존재하는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힉스 입자는 어떤 성질을 지니며 질량은 정확히 얼마인가> 하는 구체적인 팩트들을 구하는 일도 중요하겠지요? 이렇게 과학자들 사이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어 규명하고자 하는 힉스 입자의 성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우선은 말씀드린 대로 힉스의 발견 자체가 중요하지요. 그러면 힉스가 어느 정도 질량을 갖고 있는지 대략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힉스의 질량이 대략 결정된다면, 구체적으로 힉스 입자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하여, 힉스 입자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가속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 선형가속기(ILC)가 그 계획이고요. 그때에는 아마 유럽, 미국, 아시아가 한 팀이 되는 인류 최대의 국제공동연구단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ㅡ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가 내년 6월 이전에 나올 것이라는 보도도 본 적이 있습니다. 언제쯤 결론이 제시될 것으로 내다보시는지요(물론 조심스럽겠지만요)? 그리고 힉스 입자의 존재가 확정된다면,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요? 과학자들에게 다가오는 과학적 의미와 더불어 일반인에게 다가오는 상식적(?) 의미를 함께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말씀드린 대로 결론은 2012년 데이터 분석이 끝날 때쯤이라 여겨집니다. 표준모형의 힉스 입자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표준모형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미스터리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표준모형은 중력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서 자연계의 최종이론이라고는 보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입자들이 왜 3세대만 존재하는지, 왜 그렇게 입자들 간의 질량이 제멋대로 차이가 크게 나는지, 등등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실험관측값들이 필요합니다. 물리학자들은 원래 자연이 정말 단순한 몇 개의 원리로부터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환원주의(reductionism)의 입장을 줄곳 유지해왔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패러미터로 만들어진 표준모형이 최종이론이라고 믿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는 그냥 사족으로 붙입니다. 그래서 현재 CERN에 있는 물리학자들은 SUSY 초대칭 입자의 발견을 더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1930년대에 반입자가 발견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입자의 세계가 반입자의 세계와 더불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입자(물질을 구성하는 페르미온, 힘을 매개하는 보존)들의 초대칭 입자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고, 그러면 표준모형보다 좀 더 이론적으로 아름다운 자연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